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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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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9. 30. 02:42 hyuni's story

요즘 들어 부쩍 교육현장에서의 곡소리가 들려온다. 학생 또는 자녀를 사이에 두고 교사와 학부모의 갈등이 극대화되고, 교육현장이 아닌 세상마저 떠나게 된 교사들이 늘어간다.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다. 떠난 교사에게만이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 모두에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일반 학생들의 경우에도 이런 상황인데, 이제는 특수한 환경과 공인으로부터도 논란이 터져 나왔다. 장애학생 또는 장애인 자녀를 사이에 둔 교사와 학부모의 갈등으로, 이번엔 교사와 교실이 하나가 아닌 둘이다. 하나도 힘들고 어려운데, 둘이다. 갈등관계가 더 복잡해졌다. 사람들은 이 이슈를 어떻게 바라볼까? 그리고 장애와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할까?

그러던 중에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을 그리다>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실에서의 통합뿐만 아니라 사회에서의 통합과 화합을 위해 누구든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 통합교육은 ‘장애아동을 일반학급에 물리적, 학문적, 사회적으로 통합하는 것’을 말한다. 교육현장에서 통합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되니까! 솔직히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도 조금 엉뚱할 수 있지만 왜 통합교육이 필요한가에 대한 비유 부분이었다.

 

“(...) 난 원래 공상과학 영화나 비현실적인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잠을 자고 말았다.
영화가 끝나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식사 장소로 자리를 옮기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추천하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해가 안 되고 보기 싫다고 영화관을 뛰쳐나오지는 않았다. 영화가 재미없으면 눈 감고 자는 교양과 예의(?)를 갖추고 있었던 덕분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끝까지 그날을 즐길 수 있었다. 영화는 이해하지 못했어도 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그 자체가 좋았다. 누군가 나에게 그런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나이 많은 아줌마들끼리 앉아서 산나물이나 다듬으라고 하면 나는 싫었을 것이다. 나에게 무엇이 더 좋은지는 다른 사람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 (29p)

 

그렇다. 그냥 어울려 지내는 것이다. 통합교육은 장애학생들에게만 도움 되는 것이 아니다. 장애학생들에게는 비장애학생들과 더불어 생활하며 위의 비유와 같은 어느 정도의 “교양과 예의(?)”, 사회성을 갖추는 법을 배울 것이고, 비장애학생들에게는 장애학생을 좀 더 알아가고 마찬가지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울 것이다. 장애인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은 자주 보지 못해서, 경험해본 바가 없어서인 이유가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같은 반에 장애를 가진 친구가 한 명 있었다. 정확히 명칭은 모르지만 자폐이거나 지적장애이거나 한 것 같았다. 우리 반과 특수반을 왔다갔다하며 수업을 들었고, ‘당연히 각 반에서의 장단점이 있으니까 그렇겠지’라고 생각하고는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이따금씩 다른 학생들이 괴롭히거나 그 학생에게서 돌발 행동이 나오면 ‘선생님 참 힘드시겠다’하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막연히 ‘사회화에 서로서로 도움 되니까 같은 반에 있는 것이겠지’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 책에서 여러 가지들을 구체적으로 콕 집어주니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에서 장애와 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통합되는 교실과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자세와 노력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내가 새로 알게 된 점들을 꼽으라 하면 세 가지가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통합되기 위해서는 장애학생 학부모와 비장애학생 학부모 간의 통합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52p)는 것, 둘째는,비장애학생의 학부모도 장애에 대해 배워서 자녀를 잘 가르치기 위한 준비, 자녀가 장애학생과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선입견 없이 듣고 지도할 준비(72p)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두 가지 깨달음은 교육에 관심이 있거나, 교육 종사자이거나, 장애인을 자녀로 둔 학부모만이 이 책의 독자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읽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셋째는 저자가 제시하는 통합학급의 대안은 ‘협력교수’라는 것이다. 일반학급 교사와 특수학급 교사를 따로 놓지 말고, 협력하여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수업 방식이었다. 그렇지만 저자가 특수교사로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이미 우수사례, 모범사례로 많이 시행되어왔고, 조금씩 체계화와 확산을 해오던 방식이라고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각 대상과 학급에 맞는 개별화된 맞춤식 수업을 짠다는 것, 두 교사가 협력해서 수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효과가 크다면야 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가볍게 소개하는 정도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협력교수에 대한 몇 가지 의문점들(거의 학문중심으로 가는 고등학교와, 이론이 점점 어려워지는 주요 과목들에서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격차가 점점 커질 텐데 여기에서도 이 수업 방식이 가능할까? 학급에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비율이 극명히 차이가 난다면? 등..)이 아직 남아있기는 하지만 더불어 협력교수의 구체적인 지도안과 활동들, 세부적인 방안과 지침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 것 같다.

 

통합교육을 그린다는 저자의 바람은 교육자를 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교육이란 교사만의 역할은 아니다. 넓게 보면 교사도, 학부모도, 연장자도, 동료나 친구도, 심지어 개인 그 자신도 모두 교육의 한 부분씩을 담당하는 주체가 된다. 우리가 원활한 소통, 올바른 이해와 관점을 갖는다면 서로 오해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화합하는 사회를 그려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글을 마친다.

 

posted by 현이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