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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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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22. 15:59 hyuni's story

  2020년 12월 3일, 대수능이 끝이 났다.

  일반인인 내가 느끼기에도 이번 대수능이 특히 더 크고 무겁게 느껴졌던 이유는 아무래도 신종 코로나(COVID-19)의 발병 및 유행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말 그대로 신종 유행병이기 때문에 백신도 이제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 데다가, 무서울 정도로 강력한 전염력은 대다수의 사람들의 생활에 지장을 주고 타격을 주었다.
  그리고 교육업계와 학생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이번 수능을 준비한 학생들은 학교 개학도 늦춰지는 일이 있거나, 학원에 가는 일도 조심스러웠을 것이며, 너무나도 달라진 교육 환경 속에서 어떻게 공부를 했을지 정말 혼란스럽고 고민도,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결과가 만족스럽든, 만족스럽지 않든, 2020년의 (2021학년도) 수능을 끝마친 것에 대해 먼저 수고했다고, 애 많이 썼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수능을 대비하며 공부를 하는 동안에도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았을까 싶은데, 수능 당일에 있었던 여러 문제들이 꽤 많이 들려서 더 안타까운 마음도 크게 든다. 내가 들은 경우들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1) 책상과 교탁(책상) 사이의 좁은 틈새를 오가는 감독관 때문에 (비말 등의 차단으로 코로나 전염을 막고자 설치한) 가림판이 부서지거나 떨어져 학생이 문제를 푸는 데 방해가 된 경우
2) 시험 종료를 알리는 타종이 2분 일찍 되어 혼란을 빚은 경우
(이러한 오류를 늦게 감지한 감독관으로 인해 감독관마다 답안지를 다시 나눠주는 타이밍이 제각기 달랐던 것, 앞뒤 자리 위치에 따라 학생들에게 주어진 답안지 마킹 시간에 크게 차이가 났던 것, 답안지를 돌려 받았을 때 다른 학생들의 답안지가 잘못 주어진 것 등의 문제점 발생)
3) (코로나로 인해 교실 당 학생 수 조절 때문인지) 개교 70년이 넘은 어느 지방 학교에서 나무로 된 오래된 바닥재 때문에 감독관들이 이동할 때마다 나는 심한 삐그덕 소리로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데 방해가 된 경우
4) 감독관들 사이의 대화로 인해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데 방해가 된 경우
5)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호복을 입고 시험장에 온 학생으로 인해 그 학생이 움직일 때마다 나는 방호복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다리를 떠는 소리 때문에 여러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데 방해가 된 경우
6) 기타 시험문제에 관한 오류 - 사회탐구영역 어느 과목에서 한 문제가 특정 정권에 해당하는 정책을 물었는데, 다른 선택지들이 모두 지나치게 거리가 먼 시대들에 해당하여 선택지에서 답을 고르기가 너무 쉬울 뿐만 아니라, 해당 문제 또는 출제자가 특정 정권의 정책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생긴 경우

  대략 내가 알게 된 경우들만 적어보았을 때 이 정도이다.
  내가 들은 것만 이 정도인데, 얼마나 더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을까.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들이 있다면,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고, 해결되지 않는 불만족스러운 점들이 있어도, 정말정말 아쉽지만 어서 학생들이 멘탈 극복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학생들의 서러운 마음에 충분히 공감하고, 토닥이면서도, 살면 살수록 별의별 일들이, 부당하고 부조리한 일들이 많더라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나의 노력과는 별개로, 시스템의 허점들 때문에, 다른 것들을 고려 및 배려하지 않고 주어진 의무들과 보여지는 것들만을 겨우 이행하는 사람들 때문에, 잘못된 타이밍 때문에, 나와 인연이 아닌 장소와 사람들 때문에 내가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거나 억울한 경우가 생기는 일이 세상에 비일비재하다. (사실 나도 바로 얼마전 있었던 개인적 억울함을 안고 이 글을 쓰는 건 안비밀...)

 

  나의 이번 글은, 그러한 일들이 당연하다는 의미도 아니고, 참으라는 의미도 아니며,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들에 너무 마음을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쓰는 글이다. 예기치 않은 일에 조금이라도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상황대처능력 및 유연성과 융통성을 키울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최선을 향해 나아가는 꿋꿋함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무 심한 동요감이나 자괴감에 휘둘리지 않음으로써 나 자신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은 글이다. 나의 이번 글은 학생들을 위한 글이면서도, 나 자신을 위한 위로의 글이다.
  살면서 내가 평가받는 일들은 정말 많다. 학교에 다니면서 보았던 중간, 기말고사들, 그리고 수능까지도 학생들에게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오히려 그나마, 인생 전체로 보면 공정한 편에 속하는 것일지도... 공정함과 공평함, 체계성을 갖추는 것이 당연해야 하는 여러 가지 평가들은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을 저해하는 요인이 내 개인적 상황이나 요인일 수도 있고, 외부적 요인, 혹은 그 평가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요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일들 하나 하나에 너무 크게 노여워하고 상심하면 내가 너무 힘들어진다. 너무 무심해도 안 되는 것이지만서도... 이건 사실 나조차도, 예전이라면 모를까, 요즘 들어서 부쩍,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또 다독여본다. 마음 속에 아쉬움이 있는 사람들 모두, 얼른 딛고 일어서서 앞으로 잘 될 일들에만 집중하고 긍정적 에너지를 다시 받았으면 좋겠다. 내 안에 있는 독은 또 다른 독을 낳기에, 하나도 좋을 것이 없거든.

  화이팅!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 오랫동안 임시저장으로 묻혀왔던 글... 이제서 오픈! ^^;;)

 

posted by 현이제이